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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리뷰

애플키보드, 유선과 무선의 갈림길에 서다?

수 년 전, 윈도우를 사용하다가 맥북을 사용하게 되면서 기존의 무선키보드나 유선키보드는 더는 애플과 어울리지 않음을 알게 된 후, 애플 무선 키보드를 구매했었습니다. 부드러운 키감과 깔끔한 디자인은, 거의 10만 원에 육박했던 가격에 대한 부담과 후회를 싹 날려 줄 만큼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처음 맥을 사용할 때만 해도 애플이라는 인지도와 깔끔한 디자인에 매료되어 다른 불편 함들은 생각조차 나지 않았었습니다. 수십 년간 써오던 윈도우와는 상당히 다른 OS 그리고 자판 등을 아직 익히지 못해서 그렇다고만 생각하여, 빨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익숙해져서 윈도우 만큼 잘 쓰리라고 다짐했었죠. 세월이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문서를 작성하거나 코드를 만지작거릴 때면 이 무선 키보드가 상당히 불편합니다. 5년이란 세월 동안 잠재적으로 세뇌 되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비싸고 좋으니깐 내가 더 적응 해야 해'라고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요즘 어깨가 자주 뭉치고 새끼손가락도 자주 저린 현상이 자꾸 발생하더군요. 평소처럼 생각했습니다. '잠을 잘못 자서, 운동을 심하게 해서….' 그런데 그 순간 제 어깨를 문득 보게 되었는데 수영의 평형 자세처럼 앞으로 심하게 모여 있었습니다. 그 상태로 계속 타이핑을 해봤는데……. 평형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더군요…. '아, 이게 문제였구나!'라고 생각하는데 5년이 걸렸습니다. 참 무디죠? 멍청한 건가요? 


5년 만에, 애플이란 보이지 않는? 족쇄에 내가 묶여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물론, 우리 생활에는 제가 겪은 위와 같은 '애플 세뇌이론'이 다른 곳에도 참 많이 있습니다. 짧게 예를 들면, 남자(여자)친구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도 '내가 잘하면 되는 거야. 내가 문제지', '1000만 원 짜리 신형 자동차인데 기어가 잘 안 들어가는 건 내가 클러치를 잘 못 다뤄서 그래' 등이 될 수 있겠죠?


그래서, 드디어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어깨는 왜 아프지? -키보드가 너무 작잖아.

손은 왜 저리지? -키보드가 너무 작다고 했잖아.

손가락은 왜 아프지? - ... 또 얘기할까? 키보드가


그렇습니다. 키보드가 너무 작습니다. 잠깐 쓰기엔 참 편하지만, 장시간 사용하는 데는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방향키도 손가락 아래에 있고, 델 키, 홈 키, 엔드키도 커맨드 키를 누른 뒤 또 다른 키를 눌러야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숫자키도 따로 없어서 조그만 키보드 안에서 요리조리 종일 손가락을 놀려야 했던 거죠. 상상이 가시나요?


위와 같은 심오한 관찰 끝에, 결국 유선 키보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0만 원이나 하는 무선 키보드를 버리고, 6만 원이나 하는 유선 키보드를 또 사야 하느냐에 며칠 더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비싼 건데 잘 써봐…. 키보드가 다 같은 거 아니겠어? 장비 좋다고 일 잘하니?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시장 바닥에서도 잘만 공부 했다잖아……?'


이렇게 온갖 회유들이 난무했지만, 눈 뜨고 과감하게 질렀습니다.



정말 길고 크죠?

무선 키보드에 대한 불량스런 얘기는 위에서 정말 많이 했는데요, 유선 키보드는 그냥 다 해결되더군요. 한 마디로 줄이자면 -불량 학생이 모범생으로 바뀐 느낌입니다.


더는 어깨를 좁히지 않고,

더는 손가락을 위아래로 바쁘게 놀리지 않고,

더는 손가락도 손목도 아프지 않고,

더는 숫자키, Del, Home, End, Page Up, Page Down, 방향키 등을 위해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외운다고 다 외워지는 건 아니더군요)


그리고, 이건 다른 방향의 비교인데요,

무선의 키감이 약간 딱딱거리면서 경쾌하다면, 유선은 푹푹 들어가면서 부드럽습니다. 

무선은 집에서, 사무실에서 배터리를 계속 갈아 줘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입니다. 

무선은 블루투스 연결이라 맥이 버벅거리거나 하면 키가 바로바로 먹히지 않고 딜레이 됩니다. 유선은 정말 끊김이 없습니다. (2개의 USB 포트도 달려있고, 연장 케이블도 있습니다.)


물론, 무선 키보드 또는 맥북의 작은 키보드에 충분히 만족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위 사항을 잠깐 생각해보시면 유선 키보드가 정말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실 겁니다. 외출하지 않는다면, 유선 키보드를 구매하셔서 손 건강, 어깨 건강 그리고 뇌를 조금 이나마 쉬게 하신다면 더 나은 컴퓨터 라이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뭔가가 맘에 들지 않거나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 무조건 나에게서 문제를 찾아보려는 세뇌 작업을 시작하지 마시고, 진짜 문제점을 살펴보려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무엇보다도 내가 제일중요 하잖아요?